“웃고 있지만,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이 많아졌어요.”
얼마 전, 사무실에서 작은 회의 중에 후배가 말끝을 흐리며 제 아이디어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웃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넘겼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 마음이 푹 꺼졌어요.
점심시간에 화장실에 들어가 조용히 앉아 있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유도 모르게 서러웠고, 또 그런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그날 저녁,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현관 앞에 서 있는데, 손에 들린 장바구니는 무겁고, 마음은 더 무거웠습니다.
아들 교복 빨래며, 남편 저녁 챙기기며, 다시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회사에서는 팀장, 집에서는 엄마, 아내. 정작 ‘나’는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그날 밤,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요?"
직장이라는 전쟁터, 중년 여성에게 더 가혹한 이유
갱년기를 맞이한 50대 초반의 여성은 누구보다도 경험이 풍부하고, 책임감 있게 일해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갱년기와 함께 겹치는 감정기복,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는 업무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직장에서는 이런 변화를 ‘감정적인 사람’ 또는 ‘에너지가 떨어진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갱년기 워킹맘들이 힘든 이유는 단순히 업무량 때문만은 아닙니다.
‘팀장의 역할을 하면서도, 신입 직원보다 더 조심해야 하는 이중적 위치’, ‘20~30대와의 세대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 소통의 어려움’, ‘이미지를 위해 감정을 숨겨야 하는 중년 여성 특유의 압박감’ 등, 구조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합니다.
“그냥 참는 게 미덕”이라는 오래된 가치관이 우리를 입 다물게 만들죠.
그러다 결국 어느 날 갑자기, 평소에 신경 쓰지 않았던 말 한마디에 눈물이 쏟아지거나, 회의 중에 가슴이 답답해져 자리를 피하고 싶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내가 예민한 걸까?” 감정기복,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갱년기 증상 중 가장 흔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감정기복입니다.
어떤 날은 별일 없는데도 짜증이 나고, 또 어떤 날은 하늘만 봐도 울컥해집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힘들어지고, 말수가 줄어들며, 스스로를 점점 위축시키게 되죠.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왜 이러지?" "나만 이상한 건가?"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는 뇌의 감정 조절 기능에 영향을 주며, 이는 충분히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현상입니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갱년기의 감정을 여전히 ‘숨겨야 할 것’, ‘부끄러운 것’으로 보는 시선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감정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자책하게 됩니다.
저도 한동안은 "내가 변했나?"라는 생각에 괜히 가족에게 미안해하고, 직장에서 눈치를 보며 제 의견을 줄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건 네가 잘못된 게 아니라, 지금 ‘변화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거야."
그 말이 참 위로가 됐습니다.
현실적인 대처법, 나를 위한 작은 연습부터
"운동해라, 마음을 비워라, 명상해라."
많이 들어본 말이죠.
그런데 막상 해보려면 그 시간조차 없고, 마음이 조급해서 집중도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더 현실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1. 출퇴근 루틴 속 ‘혼자만의 10분’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자가운전 시간에 ‘아무 것도 하지 않기’를 해보세요.
음악도 끄고, 휴대폰도 잠시 내려두고, 그냥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이 10분이 뇌를 리셋시켜주고, 쌓인 감정을 내려놓는 데 정말 효과적이었습니다.
2. 감정 기록 앱 활용하기
요즘은 감정 기록 전용 앱들이 많아요.
그날 느낀 감정을 단어 하나로 남기는 것만으로도 자기 감정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 ‘오늘은 불안’, ‘오늘은 서운’, ‘오늘은 고마움’.
3. 가까운 사람 한 명과 감정 나누기
모든 걸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요. “오늘 좀 속상했어”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말로 표현하는 순간, 감정이 정리되기 시작하거든요.
4. 전문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
심리상담, 호르몬 치료 등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위한 가장 성숙한 선택일 수 있어요.
지금 당신이 힘든 건, 그만큼 잘 살아왔다는 증거입니다
갱년기라는 이름의 시간은 결코 ‘쇠퇴’가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나를 만나는 전환점입니다.
그리고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섬세하게 삶을 살아온 당신만이 가질 수 있는 이름입니다.
오늘도 직장에서, 가정에서, 누구보다 애쓰고 있는 50대 여성 여러분. 지금 힘든 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잘 살아왔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스스로를 꼭 안아주세요.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그렇게 말해보세요.
그 따뜻한 한마디가, 내일의 당신을 지켜줄 겁니다.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힘내!!!
